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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전투

와인&음식 축제이야기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4. 3. 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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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중의 환호에 답하는 무냐이아



Viva Mugnaia!(비바 무냐이아) Brava Mugnaia!(브라바 무냐이아) 를 외치는 관중들 사이로 하얀드레스와 앞치마를 두른 한 여성이 등장한다.

무냐이아는 이탈리아 말로 '방앗간집 딸'이란 뜻이며 환호를 받는 여인의 신분이 평민임을 알려준다. 그녀의 실제 이름은 비오렛타(Violetta)인데

이름보다는 사실 '무냐이아'로 더 많이 불려진다. 무냐이아는 이브레아(Ivrea,이탈리아 피에몬테 주도 토리노에서 북동쪽으로 50km)에서

열리는 사육제의 주인공이다.

【★사육제: 사순절(사순절이란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을 말하며 성도들은 이 기간 동안에 그리스도의 삶, 십자가의 고난, 부활 등을 생각하며 근신하고 회개하는 전통)전에 벌어지는 축제로 이탈리아의 각 도시,마을마다 독특한 행사가 열림]


                                                                                    중세의상을 차려입은 귀족들


사육제 첫 날 그녀는 4개의 말이 이끄는 황금 꽃 마차를 타고 이브레아 고시가지를 누비며 환호하는 관중과

취재기자들에게 사탕,미모사 꽃,초코렛을 뿌린다. 그녀의 화려한 꽃 마차 뒤로는 중세시대 복장을 한 귀족무리를 태운 마차,

19세기 군복을 입은 기마병 , 군악대 그리고 폭군 영주를 비호하는 '폭군단'을 실은 40 여개의 마차가 따른다.

이들의 긴 행렬이 지나가는 4 군데의 피아짜(Piazza,큰 광장)에는 갖가지 유니폼을 입은 9개의 '시민단'이 그녀을 성녀처럼 맞는다.


                                                                                   사탕과 미모사꽃을 던지는 무냐이아


방앗간 출신의 가냘픈 무냐이아는 어떠한 이유로 귀족은 물론 장정으로 구성된 50여 개의 폭군단과 시민단의  선두를 지휘하는 걸까?

다름아닌 그녀는 순결과 용기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녀와 관련된 무용담을 잠시 이야기 하겠다.

때는 중세시대, 축제 장소인 이브레아는 봉건영주들의 폭정과 각종 명목으로 걷는 세금때문에 시민들은 굶기를 밥먹듯이 했다.

방앗간집 딸 비오렛타는 사랑하는 총각하고 결혼식을 올렸고 그당시 관행에 따라 신혼 첫날 밤을 마을 영주와 보내야했다(jus primae noctis).


새 신부는 그런 부당한 관습을 따를 수 없어 영주를 살해하기로 했고 그의 목을 자른다음 성 밖에 내 걸었다. 그녀의 행위는 그동안 쌓이고

쌓인 학정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을 자극해 폭동을 일으키게 했고 귀족을 포함한 영주들을 이브레아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그 폭동 이후로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위원회'의 신임을 얻은 포데스타(Podesta)란 정치인물이 이곳을 다스리게 되었다. 


이후, 사육제마다 그녀의 용감한 행동이 기억되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봉건영주들의 폭정에 반대해 봉기한 시민들의 자유쟁취 투쟁으로

확장되었다. 초창기에는  집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콩을 던지는 정도의 장난끼가 다분한  '콩 투척' 행위 였다.

그러다가 18세기 무렵에는 본 축제가 이브레아 주민들간의 경쟁심을 자극해 피해가 속출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1808년 드디어 정부가 주체가 되어 사육제기간 동안 치안을 돌봐야할 지경까지 되었고 이에  "사육제 치안담당 위원회"가 설립된다.

이전에는 이브레아 도시내 9군데에서 서로 다른 투척전이 벌어졌지만 지금처럼 하나로 통합되었다.

또한, 1930년 이전 까지는 마른 콩을 던졌는데 이후부터는 오렌지로 대체되었고 이름도 '오렌지 전투(Battaglia delle arance)'로 바뀌었다.


무냐이야 외에 이브레아 사육제의 홍일점은 단연 폭군단과 시민단이 벌이는 오렌지 전투이다.

위에서 말한바대로 폭군단은 폭군영주를 상징하는 배후세력이며 이들에 반대해 나쁜 집권세력을 몰아내려는 헐벗은 시민들을

대표하는 시민단이 벌이는 오렌지 전투이다.


폭군단은 한 쌍의 말이나 두 쌍의 말이 이끄는 마차 위에서 시민단을 향해 오렌지를 던진다. 보통 사육제동안

40~50여개의 마차가 참여하는데 각 마차마다  8~10명이 타고있으며 모두 보안 글래스가 달린 가죽헬멧과 미식풋볼 선수를 연상시키는

두터운 옷으로 무장하고 있다. 각 마차마다 이름이 있고 마차는 폭군단을 잘 설명하는 그림이나 상징물들로 잔뜩 채워져있다.

마차의 이름은 폭군, 백정, 폭군 용병, 고성 기사, 참주의 전갈 등 참주등 악독귀족이나 군인들과 관련된 용어들이 대부분이다.


                                                                                         폭군단의 유니폼과 마차


반면, 폭군단에 맞서는 시민단은 전통적으로 9개 팀이 있는데 이들은 각 팀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착용한다. 폭군단이 헬멧과 보호의상으로

무장했지만 이들은 힘없는 시민을 대표하기 때문에 오로지 오렌지로 가득 찬 천가방만 어깨에 걸치고 있을 뿐이다. 시민단의 이름은 폭군에 맞서

오로지 몸으로만 버텨야하기 때문에 에이스 카드 ,악마, 용병, 흑표범, 마을 수호자, 죽음의 오렌지 투척단 와 같은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를 사용한다. 가장 오래된 팀은1947년에 창립된 '에이스 카드(Asso di Picche)'팀과 1954년 '죽음의 오렌지 투척단 (Aranceri della Morte)'이다.

후자팀은 올 해로 창단 60주년을 맞았다.


                                                                                      시민단이 폭군단에 오렌지를 투척하는 장면


이브레아 중심가의 4개의 광장마다 지정된 수의 시민단 팀이 오렌지를 잔뜩 쌓아놓고 폭군단 마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일단 나타나면

두 앙숙들은 오렌지를 사정없이 던지기 시작한다. 이때 말이나 말을 모는 마꾼, 관중 에게는 절대로 오렌지를 던지면 않된다.

보통 한 마차당 약 5~10분정도의 전투를 벌인다음 다른 전투장소(피아짜)로 가면  곧  다른 마차가 도착하고 또 다른 전투가 벌어진다.

이런식으로 하루에 약 2시간씩 삼 일동안  반복된다. 전투가 벌어지는 광장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그물망이 내려져

있는데 관중들을 위한 장소다. 딱딱한 오렌지가 날아와 부상을 입을 수 있고전투중 터지는 오렌지 즙이 날아와 옷을 버릴 수 있으므로 그물망

바깥에서 구경하는게 안전하다.


                                                                                                     전투장면


"오렌지 전투 심사단"도 있는데 삼일간의 전투를 지켜본 후 최고의 전투 팀과 최고의 말을 뽑는다. 폭군단의 경우는 말의 장식과 오렌지  전투중

말이 동요없도록 마꾼이 말을 부리는 기술, 마차 장식을 종합,평가 해서 상을 준다. 반면, 시민단의 경우는 규율을 지키면서 폭군단의 헬멧을

정확히 맞추는게 심사의 포인트다.


2시간 여의 전투가 끝나면 시내는 온통 터진 오렌지 냄새로 진동하고 오렌지 쓰레기가 20~30cm 정도 쌓인다. 그러나 전투가 끝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쓰레기 더미를 순식간에 치워내는  청소차의 기민성도 '오렌지 전투'못지 않은 구경거리다.


축제에는 먹을것이 빠질 수 없다. 이브레아 사육제에는 꼭 콩요리를 먹어야 하는데 파조라테(fagiolate)라 불린다. 보통, 하루전에

말린콩을 불린다음 돼지 껍대기와 살라메를 넣어 푹 끓인다. 옛날에는 사육제가 끝나면 부활절까지 빈약한 음식을 소량 먹어야

했기 때문에 사육제전에는 지방이 잔뜩들어간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잔뜩채웠다. 파조라테를 먹은 후 '부지에bugie'라 불리는

기름에 튀긴 디저트를 먹는데 파조라테와 더불어 이브레아 사육제때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파조라테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산미가 높고

과실향이 상큼한 에르바루체 디 카루소(Erbaluce di Caluso) 화이트 드라이 와인(자세히 보기)과 마시면 느끼함이 사라지고 

달콤한 '부지에 '는 산미와 달콤함이 적절히 조화된 '에루바루체 파시토(스위트 와인)'와 같이 한다.


                                                                                                                    파조라테


                                                                                                                 부지에






          오렌지 전투가 벌어질 이브레아 중심가


                    말도 아름다운 장식으로 꾸민다.



사육제에 오는 군중은 꼭 빨간모자를 착용해야한다. 빨간모자는 폭군으로 부터 자유를 쟁취한 시민을 지지한다는 무언의 표시











                                                      오렌지 전투에 사용될 오렌지가 곳곳에 쌓여있는데 마치 오렌지 도매시장에 온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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