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회 비니탈리 로고
앙숙지간인 두 가문출신 연인의 러브스토리가 비극으로 끝 맺는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은 베로나(Verona, 이탈리아 북동쪽 베네토주에 있음)를
배경으로 한 희곡이다. 몬테규와 카풀렛가문의 증오로 인해 핏 빛으로 물들던 베로나 고시가지의 좁고 습한 미로는 비니탈리 축제기간인
지난 4월 7일~10까지 와인테이스팅이란 명목으로 평소 주량보다 과음한 젊은 친구들의 톤 높은 목소리로 가득채워졌다. 본 와인 축제기간동안
베로나는 라이벌의식이나 증오심은 저 북쪽에 눈이라는 하얀모자를 쓰고있는 알프스 뒤편에 숨을 죽이고 있었고 인종과 문화, 언어라는 장벽은 "와인"
이란 "망각의 액체"에 녹아들었다. 셰익스피어가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면 어떤 희곡을 썻을까 궁금해진다.
비니탈리에서 만난 젊은 연인이 만난지 4일만에 부모들의 축복속에 결혼했다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희극을 쓰지않았을까 싶다.
주변의 각종 우울한 소식으로 의기소침해 있던 이탈리아인들에게 와인과 음식축제인 비니탈리는 일종의 청량제 역활을 했다.
축제가 벌어지는 기간은 개장일(4월 7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공간(94,862 평방미터)의 안밖은
개장 부터 폐장시간까지 발디딜 틈없이 꽉 찼다. 실업률 11,2%라는 수치가 증명하듯 이탈리아는 요즘 경기침체로 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와인소비에도 영향을 주어 2012년 이탈리아 1인 당 와인소비는 37,2 리터를 보였고 이는2008년의 그것에 비하면 14%정도 줄어든 수치라고
OIV(세계와인 기구)가 발표했다. 물론, 이 소비감소에는 혈중 알코올 농도기준 감소와 음주운전 단속강화나 건강을 염려한 이탈리아인들이
와인을 덜 마시기로한 결심도 외부요인으로 가세했다.
비니탈리가 열리는 베로나피에레 전시장입구
여하튼 신명날 일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비니탈리축제는 이탈리아인의 축처친 어깨를 세워주는 역활뿐만이 아니라 여러나라의 바이어를 끌여들여
이탈리아 국익을 높여주는 견인차역활을 하고있다. 참고로 2012년 이탈리아 수출액은 총 4천7백억 유로였는데 그 중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47억 유로)로
수출 효자역활도 단단히 하고 있다.
4월 10일자 ‘베네토 신문(Corriere del Veneto)’에 의하면 행사기간 동안 14만 8천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는데 이는 작년보다 6%증가한 것이며 그 중 5만3천명은
세계120여개국에서온 외국인이라고 전했다. 전시업체는 세계 20여개국에서 4200 업체가 참여했다. 주(州)별로 참여업체수를 보면 토스카나주가 1위를
차지해 786개 업체가 참석했고 그 뒤를 피에몬테(585업체)와 베네토(506업체)가 따르고 있다. 상위10여 개 주에서 총 100군데 이상의 참여율을 보였으나
참여업체가 100명 이하인 주도 10여 군데나 되었다. 몰리제(Molise)주는 14개 업체가, 발레 다오스타( Vale d’Aosta)주는 총 27개 업체가 참여했다.
전시장 입구
축제는 총 18군데의 전시관에서 벌어지는데 그 중14군데 전시장에서는 와인과 스피리츠가 전시되었고 , 팔라엑스포(Palaexpo)에서는 각종 세미나와 심포지엄,
소믈리에협회와 정부기관, 협회에서 진행하는 시음회가 열렸다. C전시장에서는 “최상품 농산물 전시회인 Sol & Agrifood”가 열려 각종 전통 식품전시와 시식회가
개최되었다. 이와함께 F전시관과 그 주변에서는 ‘Enolitech’이 열렸는데 최현대식 양조기술과 올리브오일 관련기술, 와인악세서리등 최첨단 제품을
참관할 수 있는 좋은기회였다.
비니타리 와인축제의 꽃은 역시 이탈리아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와인 향기로 진동하는 14군데의 주( 州) 전시관으로 갓 수확한 포도가 발효하는 냄새로 가득찬
양조장을 방불케했다. Antinori, Zonin, Umani Ronchi, Mazi, Ferrari, Borgogno, Cavit, Firriato, Fontana Fredda..등의 와인큰손이 대거 참여했는데
최첨단의 인테리어로 장식된 대규모 부스는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정도였다. 여기에 질세라 직원들의 세련된 친절함이 가세되어 양적으로나
질적인 면으로 사세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와이너리를 세운지 얼마안된 양조가 남매는 첫 수확한 포도로 만든 두 종류의 몬테풀챠노와인만을 달랑들고 무작정 참여했는가 하면
정년퇴직한 할머니 3분이 퇴직금을 모아 구입한 포도밭과 올리브 밭에서 난 열매로 만든 와인과 오일을 선전하러나와 시장과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부스도 있었다. 와이너리 규모나 인지도가 서로다른 와인이 뒤섞여있고 와인전문가나 호기심만 가득찬 문외한도 와인이라는 매개체로 일체감을 공유한다는
점이 비니탈리의 매력이다.
전시장 이모저모
전시회장 컨셉은 대체적으로 통일된 분위기나 인테리어 보다는 주(state)와 와인콘소시엄의 재량에 맞게 부스를 꾸며 눈요기거리도 많이제공했다.
랑가 인(Langa In) 컨소시엄 부스는 벽이나 기둥이 없는 확트인 공간에 낮은 원형 테이블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 테이블위에는 와인병과 잔이 놓여있었고
그 주위로 생산자와 관람객이 자유롭게 둘러앉아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와인 생산자 컨소시엄이라는 중후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감성이 넘치는 공간이였다.
5미터도 채 떨어지지않은 곳에는 흙이 말라붙어 빛바랜 헌 신발들이 부스 벽을 온통 채우고 있었고 부스 바닥은 진흙으로 깔려있었다. 돌체토와인으로 유명한
크라베사나(Clavesana)부스인데 호기심에 끌려온 관객들에 둘러싸인 올 해 칠십된 여사장님이 단호한 어조로 다음을 설명하시고 계셨다.
“ 와인은 땅이 만듭니다. 땅을 가꾸고 포도를 재배하는 사람은 포도농사군이죠.. 그들의 땀과 역활을 알리기 위해 우리와이너리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신발을 모아
전시했죠”. 모퉁이에 있는 심하게 뒤틀려있는 가죽구두는 지금은 타게하신 사장님의 조부가 신었던것이며 그가 일생의 상당부분을 보냈을 포도밭 흙이
말라붙어서 원래의 구두색을 구분해내기 조차 힘들었다.
크라베사나 와이너리 부스
이탈리아의 북동쪽에 위치하는 ‘트렌티노 알토아디제(이하 트렌티노)’와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이하 프리울리)’ 생산자들은 같은 전시장을 사용했는데
트렌티노 부스는 마치 독일 맥주집을 연상시키는 부스로 이목을 끌었고 프리울리 부스는 예전부터 훌륭한 목재로 유명한 곳이라 부스를 나무로 장식했다.
전시장 관계자들은 이 두 주가 이탈리아 최상품질의 국제품종 화이트와인 지역이 분명하지만 타제렝게, 피뇰로, 스키오페티노,테라노와 같은 프리울리주의
레드와인과 스키아바, 테롤데고, 라그레인 같은 레드와인, 모스카토 로사 파시토와 노시올라 품종으로 만든 ‘비노 산토’를 선두로 하는 트렌티노 와인도
화이트수준 이상임을 알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탈리아 플래그쉽 와인 프로세코와 아마로네로 알려진 베네토주는 홈그라운드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참여업체수나 전시공간 면적으로 기염을 토했다.
최근 2년 사이에 무려 5개의 DOCG 와인을 탄생시켜 이탈리아의 DOCG산실로 등장한 베네토주는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불고있는 드라이 스파클링
와인의 유행을 감안해 다양한 ‘프로세코 마리화주 이벤트’를 곳곳에서 열었다. 또한, 몇 몇 부스에서는 프로세코를 칵테일 베이스로 제안해 이목을 받기도 했다.
영롱한 색상의 크리스탈이 박힌 포켓에 와인을 담아 전시해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와이너리가 있는가 하면 발폴리첼라 와인을 생산하는
메네골리(Menegolli)와이너리는 사업확장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크기와 용량면에서 세계제일인 보테(이탈리아 전통 나무 발효통)를 전시했다.
이 보테는 425 헥터리터 용량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4월 7일 비니탈리 개막식에 맞추어 공개되었다. 폐막 후에 이 대형보테는 와이너리로 옮겨진 후
발폴리첼라 와인으로 채워질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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