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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궤테레 와인(Cinque Terre Doc)

리구리아 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4. 3. 1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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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궤테레의 아름다운 경치


발달된 양조기술과 농기구 덕분에 품질을 개선시키면서도 생산원가를 낮춘 우수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

이런 혜택은 신대륙이나 구대륙 와인 생산지에서는 일반적이지만 이탈리아에 있는 몇 군데 지역은 예외가 된다.

알프스 산자락 해발 600~800m에 만들어진 발텔리나 와인지역, 피에몬테 북동쪽에 있는 카레마 마을, 캄파니아 아말피 해안과

리구리아에 형성된 계단식 경작지가 그 예다. 이곳은 "영웅적인 포도재배지역(viticultura eroica)"이라고 불리며

일반 와인생산지와 따로 분류되고 있다. 트랙터나 기계가 범접할 수 없고 오로지 걸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척박하고 외진곳이기

때문이다.


리구리아주에 있는 '영웅적인 포도재배지역'은 칭궤테레로 "다섯개의 작은 마을"이란 뜻이다. 이탈리아란 덩어리로 부터 리구리아를

수 십세기 동안 철저히 분리시켰던 아펜니노 산맥의 폭이 좁아지고 가팔라 지는 지점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어촌마을이다.

지도상에서 찾아본다면  리구리아주 중간지점에 있는 레반토(Levanto) 에서 시작해서  La Spezia(라 스페지아) 사이에 연달아 있는

몬테로쏘, 베르나짜, 코르니리아, 마나로라, 리오마조레 이다.


이 마을들은 로마시대때는 해안에 가까이 위치했었지만 로마제국 몰락이후 계속되는 사라센 해적의 침입을 피해 좀 더 안전한 절벽위로

옮겨가게된다. 칭궤테레는 엄연히 육지에 있지만 그 동쪽에 버티고 있는 아펜니노 산맥이 거대한 장벽을  치고있어 이곳을

외딴섬처럼 분리시켜논 격이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감은 심리적 독립심을 비례적으로 상승시켜 이곳 주민들은 생필품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려 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을 생업으로 했지만 채소나 과일, 허브도 직접 재배해야 하는 농부이기도 했다.

경작지를 만들어야 했는데 주위에는 온통 가파른 돌산밖에 없으니 여기에 아쉬운데로 텃 밭을 만들었다.

곡괭이나 삽으로 돌을 파내어 평편한 곳이 드러나면 흙을 덮어 잘 다졌다. 파낸 돌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음 새로 만든 텃밭이

무너지지 않도록 가장자리에 차곡차곡 쌓았다.


                                                                                                     테라쩨위에 심어진 포도나무


시멘트나 석고같은 접착제가 귀했기 때문에 돌만 잘 쌓으면  무너지지 않았다. 온갖 고초로 일군 땅덩이는 레몬나무 한 그루 심기에

바듯하거나 방 몇 개를 낼 수 있는 집 한 채 크기도 됐다. 빼낼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박힌 돌은  건너뛰었기 때문에 경작지는

구불구불하고 계속 끊기기 일쑤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작지를 '테라제(terrazze)'라고 하며  여기에 레몬,오렌지,올리브, 포도나무,

로즈마린, 바질, 무화과를  심었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칭궤테레를 말한다면 그들은 자동적으로 테라쩨라고 대답할 것이다. 테라쩨는 칭궤테레의 대표적 볼거리로

수시로 운행되는 유람선을 타고 밑에서 올려다보면 에메랄드빛 바다에 수직으로 꽂히는 절벽이 만들어내는 절경이 탄성을 일게한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 직접 걸어보게 된다면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고된일을 숙명처럼 받아들였을 주민들의 고달픈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연중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서 경사가 30~40도로 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포도를 가꿔야 했고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돌 담 단속때문에 밭 일은 곱절로 늘어났지만 포도농사의 수익은 낮았다. 차라리 배타고 그물질하는게 훨씬 수입이 나았기

때문에 칭궤테레에서 포도농사는 부업정도로 여겨졌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한다음 시간이 남은 오후 또는 한가한 주말에

둘러보는 정도였다.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을때 처럼 아버지도 포도밭을 공평하게 나눈다음 아들들한테 물려주었다.

10평 남짓한 밭을 5~6명의 형제가 서로 나눠가지는게 태반이였다. 20세기초에는 농사는 힘들고 수입성도 좋지않다는

이유로 대부분 버려졌고 수 십년간 가시덤불과 잡초로 뒤 덮혔다.


최근 20년 동안 이곳이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되고 관광지로 명성이 나면서 이곳을 버린 옛 주인들이 하나둘씩 다시돌아오기

시작했다. 주정부는 단궤도 열차(모노레일)를 설치해 다양한 높이의 경사면에 위치한 포도밭에 장비나 인력이 구석구석 도달할 수 있게해

농부들의 발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테라쩨에 혈관처럼 뻣어있는 모노레일(수확한 포도운반과 인력과 장비운송에 중요)

 


칭궤테레는 지명이름이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름 "Cinque Terre(DOC)"이기도 하다. 이곳에 있는 와이너리를 방문할때

평지나 언덕에서 보는 번듯한 시설이나 장비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칭궤테레 와인 대부분은 농부가 회원인 영농조합과  독립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데

후자의 경우는 와이너리라고 부르는게 어색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20~30평). 주거공간과  생산공간이 서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며

생산공간이래야 몇 대의 스텐레스 통, 오크통과 수동라벨기가 전부다. 이들은 대부분은 칭궤테레에서 면적이 가장 큰 리오마조레에 몰려있다.


개별생산시설이 없는 농부들은 추수한 포도를 적정한 가격을 받고 영농조합에 판매한다. 칭궤테레 영농조합은 약 230여명의 회원이

재배한 포도를 모아 화이트 와인과 스위트 와인을 만든다. 해마다 작황에 따라 생산량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5만에서 20만 병이 생산된다. 영농조합은 와인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단궤도 열차를 관리하는 책임도 맡고있다.


                                                                                                 보스코(bosca) 청포도



칭궤테레에서는 청포도만 재배되는데 보스코, 알바로라,베르멘티노 이며 정해진 양에 따라 블랜딩해서 드라이타입과

스위트 타입을 만든다. 규모가 작은 와이너리에서 만들었다고 품질이 떨어질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칭궤테라는 경사도가 급한 덕분에 포도송이 하나하나가 햇빛에 노출되기 때문에 황금빛깔이 돌며

맛과 향의 농도가 농축된 화이트와인이 만들어진다.


이곳와인의 또하나의 특징은 포도가 자라는 근처에 레몬,오렌지,무화과,로즈마린,바질이 재배되기 때문에 와인에서도 이런냄새를

맡을 수 있다. 신선한 산도와 함께 느껴지는 짠맛은 에메랄드빛 리구리아 해안을 떠오르게 한다.

몇 평의 테라쩨에서 만들어진 와인이 1헥타르의 포도밭에서 난 와인의 맛과 향기에 버금간다.



                                                                                                        칭궤테레의 골목


워낙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이곳 주민들의 식탁과 연중 찾아드는 관광객들의 수요를 충당하기에도 모자라 리구리아 와인은

주 밖에서는 좀처럼 구입하기 쉽지않다. 위의 세 품종(보스코,알바로라,베르멘티노)이  익기 몇 일전에  온전한 것만 선별해서

선선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곳에서 2~3달 건조시켜  만든 스위트와인이 있는데 테라쩨만큼 값지고 귀한 와인이있다.


샤케트라(sciacchetra') 라고 부르는데 포도를 압착한다는 뜻을 가진 schiacciare가 sciaccetra로 변했다는 주장이 있다.

보통 수확한 포도의  25%만이 샤케트라(Sciacchetra')로 변신될 수 있다.

짙은 브라운색이 돌며 잘익은 무화과, 과일절임,꿀, 바닐라,열대과일, 달콤한 향신료로 끊임없이 애호가를 매혹한다.

샤케트라의  달콤함은 신맛과 소량의 짠맛이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물리지 않은 단 맛으로 디저트와는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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