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에서 올라오는 싱그런 과일향의 헤르니쿠스 와인을 마시면서
문득 작년 겨울 만났던 한 와이너리 사장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92 km 떨어진 ‘코렛티 콘티(Coletti Conti)’와이너리의 경영주다.
↑ 코렛티 콘티 와이너리 대표 와인
이 와이너리를 처음 방문한 날 와이너리 이름이나 주소가 적힌 간판이 없어서 찾다가 지쳐 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사장님은 곧 차로 마중나오셨고 차를 따라 들어가는 와이너리 경내는 폐허와 다름없어 납치당하는 줄 알았다.
지하로 안내되었을때는 지상이미지와는 전혀다른 멋진 숙성실과 50여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음실이
내 앞에 펼쳐졌다.
사장님의 설명은 와이너리라는 간판을 외부에 달아놓으면 도둑들이 와서 다 훔쳐가기 때문에 모든 시설은 지하로 숨겨야 안전하다 했다.
코렛티 콘티라는 와이너리 이름은 소유주인 사장님의 성을 따랏으며 이 가문은 천 년전 부터 현재의 포도밭을 소유해왔다고 한다.
천년이상 한 곳에서 와인을 생산해온 저력있는 가문이다.
↑숙성중인 오크통에서 직접 뽑아올린 와인시음(배럴 시음)
사장님은 경영자라는 인상보다는 학자다운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사실은 영농학자 겸 양조자이며 소믈리에 양성기관에서 강좌도 맡고 있어 내 추측이 맞았다.
이 와이너리의 주력와인은 체사네제(cesanese) 품종으로 보디감이 높고 장기간 숙성 뒤 마시면 좋은 ‘체사네제 델 필리오(Cesanese
del piglio)’레드와인과
파세리나(passerina)품종으로 상큼한 과실향이
돌면서 쌉쌀하며 산미가 적절히 도는 중간 보디감의 화이트 와인이다.
위↑ 와이너리 숙성실
소신있게 가문의 업을 이어가고 나의 와인 테이스팅 소감을 조용히 경청하시던 코렛티 콘티 사장님의 차분한 얼굴이 와인잔에 겹쳐졌다.